지난해 11월께 서울 소재 한 대학부속병원이 발칵 뒤집혔다.
이 병원 3년차 간호사 A씨가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상사에게서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을 바꾸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듣자 A씨 어머니가 병원을 찾아와 항의를 한 것. 병원 관계자는 "A씨를 위해 조언을 했는데 어머니가 대뜸 찾아와 '중ㆍ고등학교 때만 해도 착실했던 내 딸이 문제가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이른바 '찰러리맨(Child+Salaryman)' 직장인이 늘고 있다. 찰러리맨이란 취업을 하고도 부모에게 심적ㆍ물질적으로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을 말한다. 부모의 과잉보호와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자식들이 빚어낸 사회현상이다. 특히 막 사회생활에 발을 들인 직장인 중 업무 부적응, 부서 내 갈등 등 직장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부모들이 직접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3년차 외국계 생명보험사 직원 B씨는 부서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지난해 9월께 "매사 어리바리하고 행동이 느리다"고 선배사원이 지적하자 "유명 대학병원 출신 의사인 아버지에게 이르겠다"고 으름장을 놔 직장 선배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료 직원은 "직장 문제를 아버지 힘으로 해결하려 한 B씨 문제에 신경 쓰느라 부서 전체 업무가 마비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심지어 자녀에게 이직을 알선해주는 부모도 있다. 서울 모 재단 직원 C씨는 2005년 한 회사에 입사했으나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자 대기업 임원 출신인 아버지가 나서서 현 직장으로 옮겨줬다. C씨는 "부모님을 통해 이직했다는 소문이 퍼진 뒤 어린 선배사원들이 나를 2년 가까이 애물단지로 취급했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근로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직장 내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해 일찌감치 부모에게 의존하려 드는 직장인이 증가하는 추세다. 높은 취업 문턱 때문에 '늦깎이' 취업자가 늘면서 찰러리맨 직장인 나이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지원센터인 한국EAP협회 관계자는 "20대 후반은 물론이고 30대 초반 젊은 사원 중에서도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지원센터를)찾는 사원이 지난 5년간 20% 증가했다"며 "대개 직장생활과 학교생활을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혼란을 겪고 부모님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에겐 사회적 책임을 키워주는 가정교육과 사회 적응을 위한 사내 적응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우종민 인제대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학업 시절부터 부모에게 간섭을 받아와 (부모에게)심리적 의존성이 높았던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자기 확신이 결여된 나머지 경쟁 사회에서 도태된다"며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기결정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입사원에게 독립심을 키워주고 집단생활에 적응시킬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극기훈련 등 프로젝트를 통해 정식 부서에 배치되기 전부터 자기결정 능력과 희생정신을 키워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출처 : 매일경제 2012.02.09 조진형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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